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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글로벌 시대의 지식 정보
근로시간 단축의 효과 본문
해외사례로 하루 6시간근로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스웨덴 예테보리(Göteborg) 시의 스바테달렌(Svartedalens) 지역에 있는 한 양로원에서 노인을 돌보는 일을 하는 아르투로 페레즈 씨는 하루 8시간 일을 하고 나면 집에 기진맥진이 되어 돌아오곤 했습니다. 치매나 알츠하이머를 앓는 노인들의 수발을 들다 보면 집에 왔을 때는 아이 셋과 놀아줄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스바테달렌이 스웨덴 정부가 실시하는 노동의 미래에 관한 실험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페레즈 씨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이 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급여는 그대로 유지한 채 근무 시간을 하루 6시간으로 줄였습니다.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일터의 페레즈 씨는 활력이 넘치는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양로원에 있는 노인들도 그 전보다 훨씬 더 정성껏 자신들을 돌봐준다며 만족해했습니다.
“우리가 모두 행복하다는 게 좋은 거죠. 일하는 사람이 행복하면 일도 더 잘하거든요.”
홀로 아이 셋을 키우는 페레즈 씨는 말합니다.
스웨덴 정부의 실험
스웨덴은 일찌감치 노동자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이 결국 사회적인 선순환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일과 삶의 균형이 잘 유지되도록 여러 가지 실험을 해 왔습니다. 각자 사정에 맞춰 편한 시간에 근무하는 유연 근무제를 이미 많은 일터에서 시행하고 있고, 육아 휴직이나 보육 정책은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잘 정비돼 있습니다.
스바테달렌 지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당 30시간 근무라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중순 진행한 중간 평가를 보면, 실험 첫해 성적은 무척 고무적입니다. 직원들의 결근이 크게 줄고 생산성은 높아졌으며, 무엇보다 직원들의 건강이 좋아졌습니다.
현재 실험은 예테보리 시의회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시의회 내 좌파당(Vänsterpartiet) 원내 대표인 다니엘 베른마르 의원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아예 새로운 규준을 만들고자 한다며 말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일주일에 40시간 일하는 건 하나의 기준이었어요. (노동시간이 길다 보니) 노동자들의 병가가 잦았고 그만큼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이도 많았죠. 이제는 앞으로 40년을 내다봐야 합니다. 튼튼한 복지국가의 틀을 유지하며 어떻게 시민들의 노동 환경을 가꿔나갈지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죠.”
예테보리 시 안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이들은 하루 6시간 근무가 한마디로 현실성 없는 꿈 같은 계획이라고 일축합니다. 스웨덴은 고사하고 예테보리에서만 하루 6시간 근무가 제도화되더라도 당장 경쟁력이 떨어지고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시의 경제 기반이 무너질 거라는 겁니다.
“시민들에게 일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사업에 정부 예산을 쓸 수는 없잖아요. 이런 식의 경제적 사고가 다른 유럽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은 정확히 그 생각입니다.”
예테보리 부시장이자 시의회에서는 야당인 스웨덴 보수당(Moderata samlingspartiet) 소속 마리아 라이덴의 말입니다. 라이덴 부시장은 예산 낭비를 문제 삼고, 정부가 노동 정책에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하루 6시간 근무 실험’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캠페인을 이끌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2000년 사회당 정부가 주당 35시간 근무를 법으로 정한 뒤 노동 시간과 노동법은 프랑스에서 늘 쟁점이었습니다. 기업들은 새 법안이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새로운 직원을 뽑고 이들의 사회보장 비용을 지원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엄청나다며 불만입니다. 사용자 측이 노동 시간을 늘리려 할 때마다 노조가 노동자를 보호한다며 이를 가로막았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며 수많은 편법이 등장해 현재 프랑스인들은 대부분 거의 주당 40시간을 일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평균 근무 시간으로 다시 회귀한 거죠.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노동 시간을 협상할 수 있도록 주당 35시간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는 취지의 개정안을 냈다가 전국적인 파업에 직면했습니다.
그래도 스웨덴에서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노동 시간을 줄여보는 실험이 꾸준히 진행됐습니다. 많은 기업이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는데, 이직률이 줄었고 직원들의 창의성이 높아졌으며 새로운 직원을 뽑는 데 드는 비용을 치르고도 남을 만큼 생산성도 올랐습니다.
3년 전 스톡홀름에서 인터넷 검색 최적화와 관련된 IT 회사를 창업한 마리아 브래스는 처음부터 모든 직원의 하루 6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근무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인원을 더 뽑아야 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모든 직원이 훨씬 능률적으로 일하다 보니 직원을 굳이 더 뽑아도 되지 않을 만큼 일이 다 되더라고요. 근무시간이 짧다 보니, 그 안에 해야 할 일을 더 많이 처리하는 법을 찾아서 익히게 되더군요.”
매년 매출이 두 배 이상 오른 회사는 현재 20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정형외과의 안드레스 힐탄더 과장은 한 달에 1백만 크로나(약 1억 4천만 원)가 드는 꽤 비싼 실험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직원들이 아프다고 결근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고 간호사도 의사도 훨씬 효율적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외과 간호사인 가브리엘 티크만 씨도 새로운 실험이 만족스럽다고 말합니다.
“예전에는 내가 짜낼 수 있는 힘의 80% 이상은 일에 쏟아붓지 못하는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다르죠.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집에 와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훨씬 수월해졌으니까요. 한 마디로 원래 제게 있던 힘을 되찾았달까요?”
정형외과는 이전보다 수술을 20% 더 많이 집도하게 됐습니다. 고관절 대치 수술처럼 예전에는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던 수술도 직접 맡아서 하기 시작했습니다. 환자들이 수술을 예약하고 기다리는 시간도 몇 달이었던 것이 몇 주로 줄었습니다. 환자들이 병가를 내는 기간이 줄어들어 더 빨리 업무에 복귀하게 되는, 그래서 사회의 다른 기업체도 더 원활히 돌아가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꽤 오랫동안 우리는 모두 하루 8시간 근무가 가장 알맞은 거라고 알고 있었잖아요? 그렇지만 우리가 정말 생산성을 높이려 한다면 새로운 아이디어에 마음을 열고 기존의 관행이 과연 반드시 옳은 건지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살그렌스카 대학병원은 사실 근처에 있는 도요타 자동차 정비센터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도요타 정비센터는 무려 13년 전에 근무시간을 하루 6시간으로 줄였습니다. 직원들의 과로를 막고, 업무 능률이 낮아지며 자연스레 길어지던 고객들의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시행한 실험이었죠.
실험의 결과는?
지금까지 “하루 6시간 근무 실험”은 주로 중소기업에서 시도됐습니다. 대기업들은 아직 주저하고 있죠. 스웨덴 다른 지역 중에는 근무시간을 줄였다가 오히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와 근무시간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린 곳도 있습니다.
시 공무원 250명의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줄였던 북쪽의 키루나 시는 16년간의 실험 끝에 이 정책을 폐기했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고 6시간 근무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스바테달레의 양로원에서 일하는 페레즈 씨는 자신에게는 그런 일이 닥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정말 하루에 6시간만 일하게 된다는 건 꿈도 못 꿨던 일이거든요. 지금은 정말 일하러 가는 게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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